사랑이란 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는다
어떤 특별한 날이 있다. 일 년에 하루뿐인 어떤 날
무성하게 피었던 벚꽃들이
바람도 없는데 일제히 떨어져 내리는 그 날
마음의 한곳으로 한 방향으로 불어대던
바람의 결이 바뀌는 그런 날
갑자기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르고,
울리지도 않는 전화벨을 들여다보며
진동으로 해 놓았나 확인하는 그런 날
나를 사랑한다고 믿었던 사람이
실은 나를 하찮은 존재로 이용하고 있다는 듯한 느낌이 들던 그 날
사랑은 누군가를 아프게 하는 게 아니란다.
사랑은 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아.
다만 사랑속에 끼워져 있는
사랑 아닌 것들이 우리를 아프게 하지,
누군가 너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너를 아프게 한다면,
그건 결코 사랑이 아니란다.
다만, 그 순간에도 언제나
정직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사랑이란 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는다 / 공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