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스토리

그 숲에서 보낸 치유의 시간

2013-10-23

미식과 도자기를 테마로 한 힐링 여행의 구심점이 될 포레스트 인 이마리.
최상의 식재료와 한 사람 한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완성한 창작 요리는 일본 최고의 오베르주를 꿈꾸는 포레스트 인 이마리의 자랑거리다.

후쿠오카행 비행기를 타면서 떠올린 얼굴들이 있었다. 몇 년 전 안동 북촌댁에서 마주친 조용한 일본 여인들. 고택의 문지방이 닳을세라 조심스레 넘고 방짜유기에 담긴 음식 담음새에 나지막한 탄식으로 감탄하던 그들. 이렇듯 속 깊은 견문을 통한 잔잔한 공감이 크고 요란한 사절단의 목소리보다 더 강하게 마음을 건드린다. ‘포레스트 인 이마리Forest INN IMARI’의 다나카 미치코 대표의 초청을 받기 전까지는 일본 남쪽에 자리한 사가 현佐賀縣이라는 지역이 그 거리만큼이나 친근하게 가슴에 다가올 줄은 몰랐다.


다다미와 침대, 넉넉한 거실로 구성해 3~4인 가족이나 그룹이 함께 묵어도 좋은 스위트룸.
대자연의 품속에 자리한 포레스트 인 이마리 입구.

가깝기에 더욱 평온한 이마리의 오베르주

일본 남쪽 규슈 북서부에 있는 사가 현은 한반도와 가장 가까운 지역이라 해도 무방하다. 한국에서 도쿄까지 직선거리가 약 900km, 오사카까지 약 500km라면, 사가까지는 약 200km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멀고 먼 옛날 백제의 오경박사가 찾아와 대륙의 신문물을 전해준 지역이며, 도자기로 유명한 가라쓰唐津와 아리타有田, 그리고 이마리伊万里는 고려와 조선 시대에 포로로 잡혀간 우리 도공들이 고국을 그리워하며 그릇을 빚던 곳이다. 규슈의 관문인 후쿠오카에서 90분 거리에 위치한 포레스트 2 인 이마리는 사가 현 북쪽과 서쪽을 둘러보며 호젓하고도 의미 있는 여행을 즐기기에 최적인 숙소. 평온한 숲에 자리한 이곳의 라운지에 들어서면 최고급 스피커 시스템 탄노이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2천5백 장의 도자기 타일로 표현한 벚꽃나무 벽화가 객을 맞는다. 일본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떠들썩한 온천 호텔과 달리, 평온하고 안락한 분위기가 힐링 여행의 서막을 열어주는 듯했다. 가라쓰 출신으로 40년 이상 의료와 복지 사업을 해오고 있는 다나카 대표는 많은 해외여행을 통해 다양한 숙소와 시설을 체험해보며 보다 특별한 공간과 운영 체제를 구상했다. 모회사가 있기에 필요한 경우 전문 의료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니 어른들을 모시고 와도 안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호텔 경영은 처음입니다만, 의료와 복지의 기본인 ‘환대hospitality’의 정신은 일치한다고 봅니다. 일생에 단 한 번의 만남이라는 ‘일기일회一期一會’의 마음으로 한 분 한 분께 맞게 대접해드리고자 하는 철학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죠.”

보통 일본의 숙소라고 하면 료칸을 떠올리기 쉽겠지만, 포레스트 인 이마리는 일본을 대표하는 오베르주auberge를 꿈꾸는 곳이다. 오베르주는 레스토랑 겸 숙박 시설을 말하는데, 이에 걸맞게 까다롭게 고른 식재료와 최상의 요리법으로 완성한 메뉴로 완벽한 미식 트래블을 완성해준다. 예약 시 미리 신청하면 체재 기간 동안 매일 저녁 다른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일류를 알아야만 일류가 된다’는 다나카 대표의 철학에 따라 이곳 셰프들은 최고의 명성을 지닌 레스토랑에서 정기적인 교육과 수행의 시간을 가진다. 일본 요리는 가라쓰의 ‘하나비시花菱’와 도쿄의 ‘가도와키ゕどゎき’, 덴푸라는 후쿠오카의 ‘덴코天孝’, 양식은 가라쓰의 프렌치&이탤리언 레스토랑 ‘Y’s Kitchen’ 등에서 배우는 식인데, 이런 경험을 통해 완성한 포레스트 인 이마리만의 창작 코스 요리는 가히 환상적이다. 무농약, 유기농으로 재배한 제철 채소는 신선한 자연의 맛을 선사하며 일본 최고급 쇠고기 이마리규 철판구이는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미식 경험이 많은 다나카 대표가 1백여 종의 와인을 테스트해 깐깐하게 고른 두 가지 하우스 와인과 함께하면 만족스러운 마리아주를 경험할 수 있다.


모던하고 아늑한 라운지 풍경.

도자기로 빚은 역사, 끊이지 않는 인연

포레스트 인 이마리에 여장을 풀고 주변 지역을 제대로 둘러보기 위해서는 다나카 대표의 추천 코스를 따라가볼 것을 권한다. 그녀가 사가 현의 첫 관문으로 일행을 이끈 곳은 일본 3대 다기 도시로 알려진 가라쓰. 시내에 요장만 60곳이 넘는데, 경남 사천 출신의 도공 김전계가 그 초석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라쓰 만을 끼고 마쓰우라가와松浦川 하구 동쪽으로 뻗어 있는 5km 길이의 광활한 소나무 숲 니지노마쓰바라虹の松原에서 해송의 향기를 맡은 후 다다른 곳은 나고야 성名護屋城 박물관. 이곳은 원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과 명나라를 침략하기 위해 군사 거점으로 쌓은 성인데, 성터만 남은 지금은 임진왜란을 잘못된 침략 전쟁으로 명확하게 밝힌 몇 안 되는 일본의 전시 시설로 운영 중이다. 한・일 간 문화 교류를 주제로 한 이벤트, 한국어 강좌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고. 가라쓰의 중요문화재인 두 곳의 건축물도 놓치지 말 것. 시내 한복판에 자리한 옛 가라쓰 은행 본점은 도쿄역을 설계한 가라쓰 출신의 건축가 다쓰노 긴고가 설계 감수한 작품으로, 건물 외관과 인테리어에서 메이지 시대에 급속하게 유입된 서양 문화의 영향을 읽을 수 있다. 가라쓰의 석탄왕이었던 다카토리 고레요시의 옛 저택도 들러야 한다. 후손들이 시에 기증해 5년간 문화재청의 지도 아래 수리, 복구를 진행해 건물 규모가 최대였던 쇼와 초기 상태로 복원했다. 저택 곳곳에 설치된 섬세한 나뭇조각과 벽화는 물론 개인 저택에 있는 현존 유일의 노能 무대가 압권이다.

가라쓰의 대부호였던 다카토리 고레요시의 옛 저택도 필수 관광 코스.
시내의 상징적인 건축물인 옛 가라쓰 은행 본점 내부.
규슈 제일의 일본 요리 전문점 하나비시의 자라 튀김 요리.
한・일 간의 역사를 왜곡 없이 보여주는 나고야 성 전시 회관에서 만난 거북선 모형.

이제 사가 현 여행의 필수 코스인 아리타와 이마리의 도자기 마을을 둘러볼 차례. 아리타는 일본 도자기의 발상지로 불리는데, 그 출발은 임진왜란 때 잡혀온 도공 이삼평이 일본 최초로 가마를 만들어 그릇을 굽기 시작한 1605년 무렵. 처음엔 중국 명나라의 청화백자와 조선의 소박함이 묻어났으나 점차 색깔이 추가되고 무늬나 금박 등을 더해 화려해졌다. 에도 후기에는 아리타와 이마리 도자기가 일본 제일로 손꼽히며 유럽과 이슬람 국가에 수출되어 최고의 번성기를 누렸고, 하나의 대명사이자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아리타 도산 신사에는 신격화에 가까울 만큼 아리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던 이삼평의 기념비가 자리한다. ‘비경의 도자기 마을’로 불리는 오카와치야마大川內山는 꼭 가봐야 할 곳. 전국적으로 유명한 아리타 도자기가 서민을 위한 것이다면 이곳의 도자기는 조정과 장군가에 헌상하는 최고급 물건이었다. 압도적인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싼 마을에서 철저한 감시와 통제 아래 도자기를 제작하며 고향을 그리워했던 조선 도공들은 험한 지형 때문에 탈출을 꿈도 꾸지 못했다고(현재도 고려인과 조선인 무연고 묘지가 남아 있어 가슴을 아릿하게 만든다). 빼어난 절경을 지닌 마을에는 30여 채의 요장이 옹기종기 밀집해 있는데, 지금 가동하지는 않으나 옛 모습 그대로 남은 굴뚝이 운치를 더한다. 백자에 색색의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이로 나베시마, 차분한 분위기의 나베시마 청화, 푸른 비취색 광택이 신비로운 나베시마 청자 등 이마리 도자기의 특성을 알고 그릇을 구입하면 도움이 되겠다. 하타만도엔畑萬陶苑에서 이마리 도자기 제작 공장을 견학하고 채색 체험을 해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 한숨 돌리고 싶다면 세효 가마의 카페에서 간단한 먹을거리와 음료를 맛봐도 좋을 듯. 연이 닿으면 다나카 대표와 친분이 깊은 나카자토 가문의 개인 요장을 방문할 수 있다. 가라쓰 도자기의 일인자로 불리며 인간문화재로 지정된 12대 나카자토 다로에몬 의 3남 나카자토 시게토시의 산겐가마三玄窯에서 진귀한 도예품을 감상하는 시간도 뜻깊었다.

가라쓰 도자기의 명성을 이어가는 나카자토 시게토시와 그의 개인 요장. 가파른 산이 병풍처럼 마을을 감싸고 있는 오카와치야마. 5대째 도자기를 굽는 세이잔靑山요장의 굴뚝을 비롯한 옛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먼 옛날부터 유럽과 아랍의 왕족과 귀족이 동양의 신비한 보물로 칭송해온 이마리 도자기의 뿌리는 바로 우리다.

미래를 준비하는 소통의 공간

포레스트 인 이마리로 돌아와 피로를 풀기 위해 대욕장을 찾았다. 규모는 작지만 ‘피부 미인탕’이라는 별칭에 맞게 놀랍도록 매끄러운 수질을 자랑한다. 호텔 스위트룸 중에서도 최상급 레벨인 308호실에서는 대욕장과 같은 수질의 물을 가득 받은 욕조에서 정원을 바라보며 입욕을 즐길 수 있다. 조식은 기본 일본식 정식이지만 스위트룸 이용 시엔 양식 스타일의 조식도 제공된다. 이때 즐길 수 있는 호텔의 오리지널 천연 효모 빵도 일품. 모든 일정을 마치고 나설 때엔 프런트 옆에 자리한 기념품 숍에서 식사 내내 즐거움을 준 그릇은 물론 포레스트 인 이마리 브랜드의 와인과 소스, 이마리 성모 트라피스틴 수도원에서 구운 건강 쿠키 등을 구입할 수 있다. 아직 개념이 생소한 오베르주지만 일본 내에서는 이미 럭셔리 휴양 여행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고, 거대한 연회장에서는 단체 모임이나 결혼식도 종종 열린다. 한복을 수십 벌이나 갖고 있고 우리 도예가의 작품을 수집하는 ‘친한파’ 다나카 대표는 최근 한국에도 적극적인 홍보를 시작했다. “저는 한국의 의식주는 물론, 솔직하고 감성적인 한국인의 성격도 좋아하지요. 해외 여러 곳을 가보았지만 가까운 만큼 한국은 특별했습니다. 여러분도 근접한 사가 현에서 심신을 치유하는 여행을 즐겼으면 합니다.” 나고야 성 전시관에 쓰여 있듯 과거를 넘어서 현재 그리고 미래를 향해 양국이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를 희망하는 다나카 대표. 포레스트 인 이마리가 잔잔한 소통의 공간이 되는 것은 지금부터일 듯싶다.


이미경 기자 | 사진 이경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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