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스토리

시원한 여름, 한식 디저트

2013-08-15

오미자 빙수를 담은 유리 볼은 LVS CRAFT 판매. 배경으로 쓰인 화이트 레이스는 르쏘메에서 판매.



프랑스의 디저트 학교 에콜 르노트르에서 제과, 제빵을 공부하던 시절, 신용일 셰프는 프랑스 베이커리만큼 앤티크 시장의 빈티지 소품에 마음이 흔들렸다. 작은 수저처럼 개인의 손때가 묻은 정겨운 물건부터 장식장처럼 장인 정신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가구를 보면서 매력적인 한식 디저트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한 입 베어 물면 셰프의 정성과 노력이 전해지는 은밀하고 위대한 디저트. 그는 앤티크 화장대를 보고 여성을 위한 여름 디저트 메뉴를 떠올렸다. 여자들에게 오미자는 여름을 위한 보양 재료다. 유혹적인 립스틱처럼 진하게 우려낸 오미자 냉차는 다섯 가지 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당도를 조절하는 것이 포인트. 귀엽고 사랑스러운 소녀를 보는 듯한 주악 또한 생강 향과 단맛의 조화가 중요하다. 주악은 왠지 모르게 서랍장에 남몰래 넣어두고 냉큼 한 입에 물어야 제맛일 것 같다. 팥을 그릇 아래 깔고 폭신한 눈꽃 얼음을 높이 쌓아 올린 후 오미자 열매로 마무리한 오미자 빙수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 설탕은 줄였지만 기분 좋은 단맛은 그대로인 반전의 미학이 담긴 한식 디저트.

테이블 선반 위 앤티크 캔들 홀더는 플레이스 모리. 얼린 오미자 열매를 담은 보석함은 르쏘메.
오미자 냉차가 담긴 유리컵은 선혁 구디. 레이스 매트는 플레이스 모리. 실버 에스프레소 잔은 르쏘메.
액세서리가 놓인 공예 접시는 선혁 구디. 주악을 올린 백자는 정소영의 식기장에서 판매.



그녀의 화장대에는 화려한 보석함 같은 초콜릿 박스가 놓여 있을 것 같다. 기분을 전환하는 데 초콜릿만큼 좋은 것이 없으니까. 프랑스에서는 초콜릿을 소스로 만들어 요리에 활용하는데, 돼지고기와 함께 먹으면 깊고 그윽한 카카오 향이 잡내를 중화시킨다. 판 초콜릿을 뚝뚝 잘라 쌓아 올린 듯 유혹적인 얼음 인절미 과자는 어떨까. 살얼음이 보이는 인절미 덩어리를 아슬아슬하게 쌓고 설탕에 절인 오디, 무화과, 콩으로 단맛을 가미했다. 이처럼 차갑게 얼린 인절미를 자동 해동시키면 쫄깃한 식감이 살아나는데,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살짝 구워 먹어도 맛있다. 또 인절미를 냉동해놓고, 제철 과일을 절임으로 만들어 갈무리해두면 맛있고 간편한 식사 대용식으로 손색이 없다. 설탕에 절인 과일 껍질은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과자류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고대 이집트인도 과일을 벌꿀에 절여 먹었고, 이탈리아에서는 열매를 통째로 설탕에 절여 디저트를 만든다. 과일 절임은 자체의 과즙을 제대로 살려야 제맛이다.

겹겹이 쌓은 블루빛 접시는 정소영의 식기장. 앤티크 박스는 메종 르베이지.
테이블을 덮은 레이스는 플레이스 모리 제품.



'합'의 시그너처 메뉴를 꼽으라면 아마도 증편일 것이다. 그의 증편은 마카롱처럼 우아하게 먹을 수 있는 한 입 크기. 국내외 한식과 서양식을 막론하고 다양한 키친에 머물렀던 시간과 노력이 함축되어 있다. 증편에 사용하는 발효제는 발효 막걸리인데 빵에 들어가는 이스트와 달리 온도과 습도에 민감해서 아기처럼 어르고 달래야 제대로 된 맛이 난다. '합'이 추구하는 아름다움과 지극한 정성이 증편 하나에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그러니 당신의 서랍장에 보물처럼 넣어둘 것은 무엇? 한 입 베어 물면 오디, 유자, 무화과, 서리태의 상큼하고 고소한 맛이 입 안에 번지는 보물 같은 그의 증편!

화이트 사각 접시는 정소영의 식기장. 서랍장 안의 섬세한 레이스는 르쏘메 제품.



매번 앤티크 벼룩시장에 갈 때면 커틀러리를 구입하게 된다. 스푼의 유려한 곡선, 손잡이에 새겨진 섬세한 조각을 보고 있노라면 장인의 놀라운 집중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수집한 수백 개의 스푼과 나이프는 크기도 모양도 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이 아름다운 스푼에 여름날 어머니가 늘 간식으로 내주시던 껍질째 삶은 콩을 담아보기로 했다. 빨리 먹으려고 덤벼들다가 깍지 속에서 뜨거운 물이 튀어나와 혀를 데었던 기억에 슬며시 미소가 번진다. 인절미를 얇게 밀어 안에 콩절임을 넣고, 콩깍지 모양으로 섬세하게 빚었다. 그릇에 담은 인절미는 콩가루, 카스텔라, 흑임자 가루를 묻힌 것. 그는 '합'의 인절미만큼 부드러운 것은 찾기 힘들다고 자부한다.

실버 티스푼이 놓인 오브제는 메종 르베이지. ② ③ 모두 정소영의 식기장에서 판매.
파스텔 그린 컬러 접시는 LVS CRAFT. 나무 디저트 스푼은 신용일 셰프가 흑단으로 직접 만든 것.
배경으로 쓰인 레이스는 플레이스 모리 제품.



살구만큼 매력적인 여름 과일이 또 있을까. 동서양의 분위기를 동시에 풍겨 더욱 유혹적인 과일. 세계적인 스타 셰프 페란 아드리아도 디저트에 살구를 빼놓지 않으니 말이다. 수줍은 여인의 뺨처럼 고운 빛깔과 상큼한 과즙이 가득한 살구는 피로감과 갈증을 덜어줘 말려놓고 수시로 즐기면 좋다. 말린 살구를 갈아서 육류 요리에 넣으면 고기가 부드러워진다. 그는 살구를 열매살만 발라내 오랜 시간 불에 졸인 후, 원래 모양으로 다시 빚은 전통 고급 병과 살구란을 선택했다. 여인이 화장대에 놓고 간 보석 펜던트 같은 살구란! 유자차와 함께 은은히 퍼지는 살구 향기에 더욱 탐나는 여름 별미다.

덴마크 브랜드 마담 스톨츠의 앤티크 실버 컵은 메종드실비에서 판매. 실버 스템의 샴페인잔은 르쏘메.
살구란을 담은 백자와 스푼 모양의 금속공예 작품은 모두 LVS CRAFT에서 판매.
식물이 들어 있는 글라스 클로슈는 메종드실비에서 판매. 배경의 레이스는 르쏘메 제품.

글과 진행 계안나 기자 | 사진 이우경 기자 | 요리 신용일 | 푸드 스타일링 박주현, 박은정(스타일 모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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