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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가는 서평 *^^*

지점
부산점
분류
추천강좌
등록일
2006.08.22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책 읽어보셨나요? 공감가는 서평이 있어 올려봅니다~!! 좀 있으면 문화센터 가을학기도 개강하고..가을이 점점 가까워 지는듯....아래 책 못 읽어 보신 분...날씨 선선해 지면... 한번 읽어보세요~!! 추천합니당!! ^^
 

 상대의 사랑의 밸브가 열리기를 기대하며 청춘을 보내는 것은 차라리 행복하다. 상대의 사랑의 건전지가 바닥나는 걸 지켜보는 것은 너무나 눈물겹다. 두 연인 모두 똑같은 양을 소비했다면 좋으련만, 보통 하나는 이미 다 써버렸고 하나는 아직도 넘쳐나지 않는가. 여기 문제의 건전지를 ‘충전’하며 사는 두 연인이 있다.

스무 살의 아오이와 쥰세이는 도쿄에서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지지만 작은 오해로 헤어지고 만다. 그러나 그들은 ‘10년 후 피렌체 두오모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가슴에 품고 살다가 결국, 재회한다. 만나야 할 사람은 언젠가 꼭 만나게 된다는, 하늘의 도움 없이는 안 될 기적 같은 일. 천우신조(天佑神助)다.

‘늘 우리가 듣던 노래가 라디오에서 나오면 나처럼 울고 싶은지’라고 통렬하게 묻는 김장훈의 노래처럼 음악은 멜로디만 남기는 것이 아니다. 연애(戀愛)가 추억만 남기는 것이 아니듯 도시 역시 공간으로써의 의미만 남기는 게 아니다. 쥰세이의 편지를 받는 순간, 아오이의 일상은 온통 도쿄가 된다. 여기가 바로 내 자리라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안심시켰던 그녀는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잃어버린다. “사람이 있을 곳이란 누군가의 가슴 속 밖에 없단다.” 아오이의 혼란을 읽은 페데리카가 충고한다. 결국 그녀는 완벽한 현재를 버리고 피렌체 행 기차를 탄다. 사랑의 인력(引力)은 그 어떤 힘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기억은 두 권의 책을 이루고 있는 하나의 축이다. 기억의 ‘분위기’를 그려낸 에쿠니 가오리의 문체는 청아하면서도 쓸쓸하다. 동사나 형용사로 문장을 종료하지 않고 명사로 끝내는 방식 또한 묘한 여운을 준다. 기억의 ‘디테일’을 집어낸 츠지 히토나리의 문체는 선명하고 저돌적이다. 그려내는 것과 집어내는 것이 각자 다른 표현방식이듯 Rosso와 Blu는 각자 독립적인 시점을 가지고 있다.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주인공의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하고 있는 것이 두 작품의 공통된 매력이다.  



<냉정과 열정사이>의 교훈은 별게 아니다. “있을 때 잘하자”이다. 모두에게 아오이와 쥰세이같은 천우신조가 일어날 거라고 믿는 건 지나친 순진함이다. 10년씩이나 서로를 그리워하며 현재를 살지 못하는 두 연인은 아름답지만 답답하지 않는가. 그러니 지금 연애하는 이들이여. 경제학을 뒷받침한 근검, 절약을 그대들의 사랑에까지도 실천할 마음이라면 당장에 그만 두자. 미련은 미련한 사람의 몫이 아니라. 사랑할 때 너무 똑똑하게 군 사람의 몫이니... 
 
                                                                                           
냉정과 열정사이 」다시쓰는 서평 
                                                                                                                         연출가   장유정